한국기행 충남 보령 날마다 소풍 충북 단양 불편해도 괜찮아 경남 함양 전남 담양 우리집에 쉬러 오실래요 경북 경주 내생애 봄날 전북 부안 두남자의 낭만적인 家 당신을 위한 하룻밤
한국기행 당신을 위한 하룻밤 (2021년 04월 05일 ~ 04월 09일)
꽃잎은 수줍게 얼굴 내밀며 봄바람에 살랑.
내 맘은 콧바람 넣으러 가고 싶다며 속도 없이 콩닥.
발에 모터 단 듯 정신없이 돌아다니지 못해도 좋으니, 하룻밤 그 화사한 봄 속에서 잠들다 올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
두근두근 봄꿈 꾸는 당신을 위해 자신의 집 한 칸 아랫목을, 통 창의 바다를, 화사한 봄꽃 찬란한 정원을 기꺼이 내어 주겠다는 이들.
이 봄날, 온전히 당신을 위한 하룻밤을 찾아 떠나는 기행.
1부. 날마다 소풍
지금은 누구보다 집을 사랑하는 남편 영규 씨,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자신의 꿈이 담긴 이층집까지 설계해놓고 집 지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그였지만, 혼자 땅을 보러 온 아내 선경 씨는 고택에 반해 땅을 사버렸다.
결국 황토 대리석이 깔린 찜질방부터 숫자까지 매겨 떼어낸 후 다시 살려낸 대청마루까지.
영규 씨와 선경 씬 백 살도 더 된 고택을 옛 모습 그대로 되살렸다.
그리곤 여행하듯 살고 싶었던 그 꿈 이루기 위해, 각자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
강남 한복판에서 잘나가던 갈빗집을 하던 영규 씨는 농사일에 빠졌고 재봉틀을 좋아하던 선경 씨는 남편을 위해서 직접 옷을 만든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따로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오래된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빗소릴 음미하고, 볕이 좋은 날이면 기타와 군고구마를 챙겨 툇마루로 소풍을 나선다.
매일 소풍 온 듯 사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부부. 그들의 여행 같은 일상을 만나본다.
2부. 불편해도 괜찮아
도시에서 좀비처럼 사는 삶에 지쳐가던 젊은이 공기대 씨는 6년 전 결국 시골로 내려왔고, 불편함이 콘셉트인 시골집을 한 채 고쳤다.
그곳에서 불편한 하룻밤을 체험하기 위해 독일인 셰프, 다리오 씨가 충청북도 단양군을 찾았다.
꼬박 일 년이 걸려 집까지 고쳤는데, 이 집이 고쳐진 것도 아니고 안 고쳐진 것도 아니다.
싱크대는 있는데 수도는 없고, 어딜 가든 신발을 신고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보일러는 아예 뜯어내 버렸다.
덕분에 설거지할 땐 소백산이 보이는 야외 수돗가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쭈그려 앉아야 하고,
직접 만든 황토 벽난로엔 밤바다 땔감을 패서 넣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만 한다.
아직 집 구경도 다 하지 못한 다리오 씨에게 기대 씨가 먼저 건넨 것은 도끼.
그의 집에서 따뜻한 하룻밤을 나기 위해선 장작을 패야 하기 때문이다.
기대 씨 집에선 삼시 세끼를 먹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일 아침 먹을 두유를 위해 콩을 털어야 하는데, 2% 부족한 대공 씨의 집엔 나무막대기와 석쇠가 전부다.
직접 만든 럽을 바르고 고기가 구워지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자그마치 5시간.
이 집에선 한 끼 먹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 과정들이 불편하기보다는 행복하다는 기대 씨와 편치 않은 하룻밤을 함께 해본다.
3부. 우리 집에 쉬러 오실래요
경상남도 함양군, 농막 짓고 주말에만 이곳을 찾을 계획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귀촌까지 하게 된 여자가 있다.
생각보다 큰 대지에 농막 대신 자그마한 나뭇집을 짓고 산 지가 3년째라는 차영미 씨.
모르는 이들은 여자 혼자 시골에 사는 게 무섭지 않느냐며 걱정들 하지만, 영미 씨는 이 모든 일상이 좋기만 하다.
도시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치열하게 살았던 영미 씨에게 돈 버는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곳의 삶은 그야말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삶 그 자체.
자리만 제대로 잡았으면 화초 대접받을 꽃 핀 잡초를 매는 일도, 어쩌다 집안에 들인 아궁이에 홀로 장작을 때는 일도 이리 행복할 수가 없다.
그녀처럼 소소한 행복 누리고 싶은 이들을 위해 얼마 전부턴 아이들 내려오면 자고 가라고 만든 이 층 방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다들 큰 한숨 내쉬고 올 수 있는 이곳의 소소한 하룻밤이 좋다며 그녀의 나무집을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 영미 씨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내딛는 순간 예상할 수 없이 흘러가더라는 그녀의 소소한 하룻밤을 만나본다.
전라남도 담양군, 남들보다 느리게 도예가란 꿈을 이뤘지만, 매일 물레를 돌리는 하루가 행복하다는 조정숙 씨.
그녀는 낮엔 공방을 작업실로 쓰고, 밤엔 사람들을 위해 공유 숙소로 함께 나누는 중이다.
오늘은 그녀 공방에 봄맞이 새 단장을 하는 날.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은 정숙 씨를 도와주기 위해 동생까지 찾아왔다.
자매는 세월의 흔적으로 칠이 벗겨진 대문에 초록빛 오일 스테인을 바르고 시린 겨울을 이겨낸 땅에 봄을 알리는 꽃들을 심었다.
하지만 정숙 씨가 이 공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죽녹원이 보이는 자신의 작업 공간에서 물레를 돌리는 일.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파도 소리 같다는 그녀는 동생과 함께 죽녹원 산책을 나선다.
늦게 꽃 피워낸 꿈이지만 지금 이 순간 매일이 감사하다는 그녀의 선물 같은 하루를 만나본다.
4부. 내 생애 봄날
경상북도 경주시, 노년에는 한옥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한용석 씨와 이경미 씨 부부는 5년 전 150년 된 고택을 직접 수리했다.
부부는 이곳에서 다시 찾은 봄날을 즐기는 중이다.
이 집을 수리하던 중 백혈병에 걸렸던 남편, 용석 씨는 이 봄날의 풍경을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다행히 치료가 잘 됐고, 그간 꿈꿨던 것을 하나씩 실현하는 중이다.
평생 모은 카메라와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부터 언제든 ‘뚝딱’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은 목공소까지 용석 씨는 고택 곳곳에 자신을 위한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덕분에 경미 씨도 넓은 마당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경미 씨가 생에 처음으로 담근 장을 가르는 날 어머님이 해주셨던 것처럼 아내 경미 씨도 훗날 자식들에게 직접 담근 장을 주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장 담그는 법까지 배웠다.
둘이 들기도 버거운 큰 장독을 옮기는 부부의 표정엔 긴장감이 한가득.
과연 그녀의 꿈이 담긴 첫 장 담그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소중하게 쓰는 법을 배운 부부의 특별한 봄날의 하룻밤을 만나본다.
5부. 두 남자의 낭만적인 家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13년 동안 집을 고치고 있다는 부자가 있다.
굴러 떨어지면 바다가 있는 자리에 낭만 가득한 나뭇집을 짓고 살고 싶었다는 아버지 서융 씨와, 그 집에서 자신만의 느낌이 담긴 감성 숙소를 꾸며가고 있다는 아들 준규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집의 특징은 온통 창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
침대도 욕조도 테이블도 모두 창을 따라 자리 잡았다.
집 어디에서든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집을 직접 설계한 이는 아버지 서융 씨다.
하지만 살다보니 만족보단 불편함이 컸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수리가 벌써 13년째다.
5년 전부턴 대학 다니느라 집에 손님처럼 드나들던 준규 씨까지 합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결국 낭만의 감성 포인트가 서로 조금씩 다른 부자는 부딪히지 않게 각자의 공간을 정했다.
외관의 로즈마리를 가꾸고 미래의 정원을 그리는 것은 아버지가, 내관의 인테리어와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아들의 몫.
같은 듯 다른 서로의 로망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두 남자의 낭만적인 집이 완성된다.
바쁘게 일만 하느라 벌써 해가 질 시간이지만, 두 사람의 낭만타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작당포구 피크닉부터, 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바지락 술찜을 곁들인 밤바다 만찬까지 그들의 밤은 낮보다 낭만적이다.
낭만적이고 싶은 두 남자의 낭만적인 家를 만나러 떠나본다.
댓글